통화 공급과 GDP 증가
중앙은행이 대형 법인에 유동성을 집중 공급하면, 해당 기업들은 신규 법인을 설립해 자금을 집행한다. 투자금이 가계 중위소득 증가와 일반 소비로 이어지지 않고 주식시장으로 회귀할 때, 자산 가격 상승과 함께 Nominal GDP는 팽창한다. 금융 순환에 의존한 지표 상승은 생산 능력 확장을 동반한 실질 성장과 차이를 보인다.
유동성 공급으로 신설된 기업이 기업 간 거래(B2B), 금융,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처럼 소비자물가지수(Consumer Price Index, CPI) 바스켓에 직접 포함되지 않는 부문에 머물 경우, 소비재 물가 변동폭은 제한된다. 상품 물가가 안정된 상태에서 명목 산출액만 늘어나면 Real GDP 수치도 통계적으로 과대평가된다. 거시 지표는 성장세를 기록하지만 다수 가계의 가처분소득과 생활수준은 개선되지 않는 착시가 나타난다. 즉, 통계적으로 경제가 성장한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실질적으로 대다수의 생활 수준은 나아지지 않아졌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사회 후생 관점에서 경제 분석의 기준은 총생산의 양적 팽창보다 중위 계층의 구매력 유지 여부에 있다. 1인당 실질 국내총생산(Real GDP per capita)은 평균치 특성상 상위권으로 쏠린 소득 분포의 왜곡을 드러내지 못한다. 반면 Real Median Hourly Wage는 근로 대중의 실제 수취 임금을 반영한다. 산출량 지표가 오르는 동안 시간당 중위임금이 정체되거나 후퇴한다면, 분배 기능이 마비된 채 특정 자산 집단에 과실이 집중되는 구조를 나타낼 수 있다.
잠재성장률(Natural GDP Growth Rate) 추정 모형은 시계열 데이터에 크게 의존하므로 금융 불균형이나 급격한 행태 변화를 감지하는 데 시차가 발생한다. 반면 설문조사 기반의 소비자심리지수(Consumer Sentiment Index, CSI)는 변동성이 크지만 가계의 실시간 기대와 지출 계획을 측정한다. 소비자심리지수는 최종 수요의 둔화 가능성을 포착할 때 거시 계측 모형의 지연 편향을 보완할 수 있다.
대안적 경제지표
Real GPD 중심의 평가는 실제 삶의 질을 충분히 담아내지 못한다는 지적을 지속적으로 받았다(Kubiszewski et al., 2013; Stiglitz et al., 2009). 자산 중심 성장이 고착화될 때 산출 총량은 늘어나더라도 분배 격차가 확대되어 중간 계층의 소득 기반이 약화될 수 있다(Piketty, 2014). Stiglitz, Sen, and Fitoussi(2009)는 산출물의 단순 집계가 불평등과 체감 복지 수준을 은폐한다는 문제를 짚으며 대안 지표 설정을 권고했다. Coyle(2014)은 금융 부문의 팽창이 실질 생산성이나 복지 증진 없이 명목 산출량만 부풀려 지표와 현실 간 괴리를 키운다고 분석했다.
소득분포의 중위값 변화는 성장 혜택의 파급 정도를 판별하는 기준이 될 수 있다(Saez & Zucman, 2016; Chetty et al., 2017). Chetty et al.(2017)은 미국 경제에서 총생산이 늘어난 30년 동안 실질 중위소득이 정체된 현상을 실증하며, 정책 점검 지표를 중위 구간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밝혔다. Saez and Zucman(2016)은 분배 지표 악화가 장기 지속가능성을 저해하므로 중위소득을 정책 설계의 중심에 둘 것을 주문했다.
중앙은행이 사용하는 구조 모형은 금융 경로와 실물 경로의 비선형적 충돌을 기민하게 반영하기 어렵다(Sims, 2010; Coibion & Gorodnichenko, 2015). Coibion and Gorodnichenko(2015)는 CSI가 변동성이 확대되는 국면에서 미래 소비지출 경로를 설명하는 데 우수한 적합도를 보인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Sims(2010)는 과거 추세에 고정된 선형 모형이 시장의 비선형적 충격을 제때 인지하지 못하는 한계를 규명했다.
참고문헌
- Chetty, R., Grusky, D., Hell, M., Hendren, N., Manduca, R., & Narang, J. (2017). The fading American dream: Trends in absolute income mobility since 1940. Science, 356(6336), 398-406.
- Coibion, O., & Gorodnichenko, Y. (2015). Information Rigidity and the Expectations Formation Process: A Simple Framework and New Facts. American Economic Review, 105(8), 2644-2678.
- Coyle, D. (2014). GDP: A brief but affectionate history. Princeton University Press.
- Kubiszewski, I., Costanza, R., Franco, C., Lawn, P., Talberth, J., Jackson, T., & Aylmer, C. (2013). Beyond GDP: Measuring and achieving global genuine progress. Ecological Economics, 93, 57-68.
- Piketty, T. (2014). Capital in the Twenty-First Century. Harvard University Press.
- Saez, E., & Zucman, G. (2016). Wealth inequality in the United States since 1913: Evidence from capitalized income tax data. Quarterly Journal of Economics, 131(2), 519-578.
- Sims, C. A. (2010). Rational Inattention and Monetary Economics. Handbook of Monetary Economics, 3, 155-181.
- Stiglitz, J., Sen, A., & Fitoussi, J. P. (2009). Report by the commission on the measurement of economic performance and social progress. Paris: Commission on the Measurement of Economic Performance and Social Progress.